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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여선, 「손톱」: 현실적인 고민, 변화하는 세대

전기과 팡팡이 2019. 7. 23.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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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올해의 문제소설

이곳에 수록되어 있는 권여선의 「손톱」

분명 소설일진대, 한편으로는 너무나 현실적인 모습들에 마냥 픽션으로만 보이진 않았던 책

이번에도 독후감처럼 끄적였던 글을 올린다.

 


 이 작품은 요즘 20대들의 현실적인 고민들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 같다.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사람들 혹은 대학을 가지 않고 곧바로 돈을 벌기 위해 사회로 뛰어든 사람들을 소희라는 인물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요즘의 청년세대를 다른 말로 N포세대라 부르기도 한다. 한 가지를 얻기 위해선 다른 하나 혹은 그 이상을 포기해야 하는 우리의 세대이다. 그러나 부익부 빈익빈인 우리나라의 현실 속에서 N포 세대란포세대란 모든 청년에게 포함되는 말은 또 아니다. 경제적으로 충분히 여유로운 사람들에게 N포란 선택적이다. 본인의 의사에 따라 하고자 하는 것을 선택하고 포기하고자 하는 것을 포기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N포란 필수요소가 되고 포기를 선택하는 자유도 없다. 후자가 바로 ‘소희’이다. 소희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소희의 엄마는 소희의 언니인 본희가 모아둔 돈과 본희 명의로 대출받은 돈을 모두 갖고 사라졌다. 본희는 엄마와 같은 수법으로 소희가 21살이 되던 해에 사라졌다. 그렇게 많은 빚을 떠안게 된 소희는 언니가 꼭 돌아올 것이라 믿으며 하루하루 빚을 갚기 위해 살아가고 있다. 한마디로 소희의 삶에서 빚, 돈, 언니를 제외한 나머지 것들은 모두 배제되어 있다. 소희의 삶이 우리의 모습과 겹쳐 보기에는 너무 극단적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희의 계산적인 행동을 보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전에 근무하던 매장에서는 한 달에 백육십만 원을 받았지만 지금 매장에서는 백칠십만 원을 받기로 했다. 십만 원이 올랐다고 마냥 좋지만은 않은 게, 이전 매장은 출근에 50분밖에 안 걸렸지만 지금은 한 시간 30분이나 걸린다. 출퇴근 합치면 하루에 한 시간 20분이 더 걸린다. 시급으로 따지면 팔천 원이 넘는다. 팔천 원만 잡아도 한 달에 이십사만 원, 쉬는 날 나흘 빼면 이십만 팔천 원이다.”

 

 모든 시간과 행동은 소희에게 있어서 철저하게 돈으로 계산된다. 이 모습을 보며 나는 바로 내 모습이 떠올랐다. 가족과 같이 생활하는 것 외의 모든 생활비는 내가 벌어서 쓰고 있다. 학교를 다니면서 일을 할 수 있는 곳은 한정적이고 벌 수 있는 돈 또한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내 생활에 지장이 없으려면 하나하나 계산을 하고 최대의 효율을 찾아본다.  나는 학교를 통학하는데 왕복해서 3시간이 걸린다. 그러다보니 이 시간 또한 아깝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소희는 이러한 삶을 지속적으로 살아가다 보면 언젠간 빚을 모두 갚을 것이다. 하지만 빚을 갚기 위해서만 살아온 소희에게 그 이후의 삶은 어떨까? 제대로 된 교육조차 받지 못하고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지, 무엇을 하며 살아야할지 돌아보며 살 경제적 여유조차 없다.  어떻게 보면 의미 없는 삶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즉, 이유도 모른 채 단지 생명을 연명하기 위한 삶으로 보인다. 앞서 말했던 계산적인 행동을 하는 소희가 우리의 모습을 비추듯이 이 모습 또한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에 대한 불투명한 의식만 가진 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비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회사에 취직해 살아가는 사람들이나 학교를 다니는 사람들 중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해당할 것이다. 회사를 다닌다면 왜 회사를 다니는지, 학교를 다닌 다면 왜 학교를 다니는지. 흔한 핑계이지만, 주입식 교육이 이런 우리들의 모습에 한 몫 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국가에서 정해놓은 교육체계를 따른다. 학원을 통해서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들을 배우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학원이란 것은 선택적인 것이고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 교육의 체계의 변화가 필요하다. 물론 최근 들어서는 이미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올해부터 울산지역 초등학교 1~4학년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실시하지 않는다대신 학생의 학습과 성장을 위한 서술·논술형 평가 등 과정 중심 평가로 대체한다. 울산시교육청은 올해부터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초등 1~4학년으로 확대하면서 이같이 바뀐다고 18일 밝혔다. 즉, 실험과 관찰, 조사, 협동학습, 토의‧토론 등의 수업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단순한 지식 암기 위주의 평가가 아니라 학습의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인지적 ‧ 정의적 능력에 대한 균형 있는 평가를 하겠다는 게 시교육청의 설명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과제형이나 결과 위주의 평가로 인한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이 커 이를 최소화하기 변화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규 시간 내 과정 중심 평가 실시로 교실수업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했다. 한편, 초등 5~6학년의 경우 올해는 중간 ·기말고사를 자율적으로 운영하되 내년부터 폐지될 예정이다. “

<울산 CBS 반웅규 기자 2018-01-18 21:00>

 

 앞으로는 지식을 채우기 위한 배움이 아닌 지식을 배우기 위한 배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미 지난날의 교육을 받아온 우리들은 이러한 체계의 변화를 직접 겪지 못하기에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지만, 소희처럼 의식적인 노력조차 어려운 사람들의 위한 다른 제도 또한 필요하다. 이러한 주체적인 사람이 되도록 하는 제도라기 보단 소희처럼 노력할 여유조차 없는 사람들에게 노력을 할 수 있는 환경의 구성이 필요한 것이다.